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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장

넷플릭스 보이프렌즈(투게더시리즈)에 뒤늦게 과몰입 당해버렸다...

by 신유유 2022. 10. 8.

하나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가, 그 세계가 끝났을 때 느껴야하는 감정은 꽤나 아프다.
아니, 꽤나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너무너무 아프다. 심장에 금이 가는 듯한 그런 마음. 그 세계에서 느낀 즐거움을 포기하고서라도 이런 아픔은 느끼고 싶지 않을만큼.

 

 

과몰입하면 혼자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경우를 모죠님이 아주 잘 표현해주셨는데, 무방비하게 내가 당해버릴 때 딱 저렇다. 

출처 모죠의 일지


이런 상태에 나는 쥐약이기 때문에 되도록 깊이 빠지려 하지 않는데,

간혹 전혀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 세계에 들어와서 내 정신과 한참을 즐겁게 놀다가 탁, 끝나버리는 세계관은 꼭 있기 마련이다.

이 티저 보고 홀린듯이 클릭해버림... 하 왜 2020년에 이걸 안 봤을까나?



최근에 본 넷플릭스 보이프렌즈 가 그렇다.
사실 그렇게 몰입도가 높을만큼 완성도가 뛰어나거나 빈틈없는 작품은 아니지만, 주연 배우 둘의 합과 다른 배우들의 진실된 연기가 극의 재미를 올려주었다. 
가볍게 시간 때우기로 보기 좋아서 틈틈히 보다가 점점 깊어지는 둘의 애정과 클래식하지만 그래서 재밌는 작품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보너스시즌처럼 나온 스틸2게더 마지막 편까지 다 봐버렸다.

마지막 편을 보고나서 느낀건 허하다는 거였다. (원래는 아~재밌었당ㅋ하고 끝나야 베스트) 이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여운에 마음이 박박 찢기고 있는 중이었다.

태국 작품은 내 인생에서 이걸로 처음이었는데 이미 이 작품 하나로 태국이란 나라와 컨텐츠에 마음이 열려버렸다. 두 배우들이 그렇게나 귀엽고 잘생겨보일 수 없으며, 이 작품 했을때나 끝나고 그들의 활동이 어디까지였는지 얼마나 붙어있는지가 궁금해지면서 깔끔하게 이별하긴 틀린 걸 느꼈다.

 

둘이 아무래도 담백하고 귀여운 수위의 드라마를 찍었다보니 텐션이라기보다 찐으로 친한 형동생 케미가 많이 느껴졌다. 뭐라고 해야하지. 드라마 보면서도 느낀건데 브라이트가 윈을 거의 대형강아지 보듯이 보는 느낌

뽀뽀할 때도 순둥이 리트리버한테 뽀뽀해주는 그런 느낌.. 

ㅋ ㅋ ㅋ 


 

메타윈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라이선스가 명시된 일부 문서 및 삽화 제외) 기여하신 문서의 저작권은 각 기여자에게 있으며, 각 기여자는 기여하신 부분의 저작권

namu.wiki

 

브라이트가 별명이 태양이지만 사실 메타윈은 좀 더 햇볕같다. 무해한 이미지와 미소, 덩치에 맞지 않을만큼 순망한 눈망울과 브잇 앞에서 보이는 표정은 시청자(나)를 함락시킨다. 월간에 식신이 병화로 떠있는 이미지 그대로에, 다정한 엄마와 누나 둘이 있는 것이 윈의 성격과 모습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하는 게 딱 누나 둘 있는 애살스러운 동생 느낌 그대로다. 

 

 

브라이트(배우)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라이선스가 명시된 일부 문서 및 삽화 제외) 기여하신 문서의 저작권은 각 기여자에게 있으며, 각 기여자는 기여하신 부분의 저작권

namu.wiki

 

아니 태국 배우 중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고, 미국 태국 중국 쿼터 혼혈인 사람이 있다는 걸 내가 알게 될 줄 알았냐구. 역시 오래 살고 볼일이다. 브라이트가 투게더 시리즈를 찍고나서 배우인생에서 역전 찍은 걸 보면 비겁용신 같다. 지금 브라이트 얼굴에 홀려서 한국에서도 안본 꽃남 태국판을 볼지말지 고민 중이다. 

 

아무튼 드라마 볼 때 느낀건 브라이트가 연기에서 좀 더 이끌어간다고 느꼈는데, 끝나고 찾아보니 브라이트가 7년 정도의 무명이고 윈은 투게더시리즈로 데뷔했었다고 한다. 브라이트는 그렇다 쳐도 윈은 데뷔작 치고 상당히 안정적인 연기였다고 나는 느껴서. 흠. 원래 내용이나 연기력보다 애정과 감정이 중점이 되는 비엘드라마를 찍을 때는 상대방과의 감정 합이 연기력을 어느정도 커버쳐주는 게 있어서 신인한테 유리한건 있는데. 그런 걸 감안해도 윈은 배우로서 잠재력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피지컬이나 얼굴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그래서 또 흔한 덕질 루트대로 트위터를 돌고, 유튜브를 돌고, 네이버에 쳐서 그렇게 많진 않아도 적잖이 있는 포스팅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마음 한켠이 점점 더 허해지는걸 느꼈다.
이미 끝나버린 세계관을 붙잡고,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의 모습의 파편들을 들춰보는 것은 내 마음의 헛헛함을 채워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파티가 다 끝나고 남은 행사장에서 바닥에 떨어진 반짝이가루들을 보며 얼마나 즐거웠을지 상상하며 아쉬워하는 느낌이랄까. 파티가 한창일 때 참여해서 먹을거 다 먹고 놀거 다 놀고, 구경할 거 다 구경하면 그래도 미련없이 혼자 다시 행사장을 나서는 스타일인데. (시맨틱에러 때 이래서 금방 소화시키고 가볍게 즐길 수 있었음)

생각해보면 난 항상 이런 파티를 갈 때도 혼자 들어가서 혼자 나오곤 하네.

출처 모죠의 일지/현재 내 상태




거기다 이 작품은 태국발이다. 태국이 사실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필자는 동남아 여행 한번 가보지 않았다-나로서는 그래서 더 한없이 멀고, 먼 과거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번 찾아봤다


유튜브에서 극소수로 한글자막이 붙은 영상들을 보고, 영어자막이 붙은 것에 고마워하며 영상들을 보다가 불쑥 얼마나 멀리있고 또 얼마나 전의 모습을 내가 보고 있는지를 상기한다.

사실 이 정도로 마음이 허한걸 느끼는 건 오랜만이다. 중1때 이후 간간히 깊게 몰입했다가 빠져나온 작품들은 몇 개 있었지만. 예를 들어 영화 <신세계> 라거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스토브리그> 같은 작품들. 극 중 주인공의 내면에 이입해버려 그 사람의 마음의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주인공들의 관계성이 얼마나 다채롭고 맛있는지, 주인공과 같이 앉은채로 심해에 빠져서 정신 못차리고 지냈던 날들은 꽤 있었다.

가장 심했었고 또 최초였던 건 중학교 1학년 때 <데스노트>. 만화책과 세계관에 미친듯이 몰입했다가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다 끝나고 나서 느낀 공허함과 아득한 무형의 감정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깊었으니까.

아무튼, 간만에 느끼는 고정된 세계관에게 지나친 몰입을 하느라 마음이 허해진 상태라 이렇게 저렇게.. 내 마음을 기록해본다. 중요한건 이 허한 공간을 내가 피하지 않고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주는 것이고.



재탕까지 할지는 나도 의문이다. 태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아니라면 재탕 삼탕 할정도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애들이 감정씬에서 진심으로 임해줘서 나같은 시청자도 끝까지 끌고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비엘드라마 성공방식을 생각해보면 비주얼+배우들합+진실성+연출 인데 그게 다 충족되었잖아~ 태국 멋진 나라인 거 이제 알았다고~ 

 

윈이 좀 더 포트폴리오 쌓고 나서 새로운 국면의 시즌2를 찍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이성적으로 원하는 방향) 지금 당장(감성적으로 원하는 방향) 시즌2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픔. 영화 나온다고 하니 영화를 일단 봐야겠고. 

결론은 스틸2게더 다음으로 제대로된 시즌2 (13화짜리) 내주라 찌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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