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보이즈 그룹의 팬사인회에서 팬이 드립으로 다른 최애가 생겼다했을 때
모 멤버가 덤덤하게
" 엔시티 쪽인가?"
라고 한 일화는 아이돌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당연히 더보이즈에 대한 사랑을 표출해야-한다고 규정해놓은-할 장소에서
엔시티의 이름이 나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세계관 충돌과도 비슷한 느낌마저 준다.
2.
많은 케이팝러들은 이를 보고 묘하게 가슴아프다, 라고 평했는데. 왜일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덤덤해보이는 멤버의 표정 때문이었을까?
상대적으로 적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이 많은 사랑을 받는 그룹에게 팬을 뺏기는 상황을 관조적으로 보고 있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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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과 일반인이 특히나 차이를 가지는 건 이 부분에 있다.
보통 사람이 살아갈때는 자존감이 중요하다. 자존감은 자기애에서 나온다. 즉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지키면서 살아가고자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이 실제로 자기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반대로 아이돌은 생각으로, 말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남에게 자기를 사랑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직업의 핵심윤리가 된다.
'자기사랑'과 '남의사랑'이 여기서 때로 충돌한다.
일반인들도 자주 헷갈린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남의 관심과 남의 인정이 필요하다고 자주 '착각'을 한다. 그래도 일반인은 '남의 사랑'이 자신의 업과 생존에 절대적인 수단으로 이어지는 경우에서는 빠져있다.
(* 일반인들이 갖고 사는 삶의 다른 어려움은 일단 여기선 논외로 치자)
아이돌은 '남의 사랑'이 자신의 업과 생존의 필수요소가 된다.
'남의 사랑'이 나의 무기가 되고, 나의 지위가 되고, 나의 돈이 되고, 나의 미래를 만든다.
이 논리는 건강하지 못하고 때로 불건전 한 걸 알면서도 유지된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밀접하게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내는건 어려워도
남이 주는 사랑에 취하는 건 쉽다.
자기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보다
멀리 있는 타인을 보고 과몰입하며 찬양하는 게 더 쉽다.
내가 가진 결핍을 채우는 방법을 몰라서
내가 가진 결핍이 채워진 사람을 사랑한다.
내가 가진 결핍과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지 않으면
남이 주는 사랑에 매달린다.
결국에 자기를 사랑하고 싶어서
아이돌도 아이돌을 하고
팬들도 팬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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